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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흥시의사회, 의사회-의료플랫폼 사업자-시흥시 연계해 의사주도형 원격의료 모델 전격 제안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산업 발전 아닌 진료에 꼭 필요하고 수익에 도움되는 원격의료 무엇일까”
 
사진=최동락 시흥시의사회장이 ‘시흥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 구축사업-호흡기 질환 전문 1차 의료기관 진료 환경 활성화 방안’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언제 종식될지 모를 코로나19,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원격의료라면 지역의사회를 주축으로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사회가 환자 편익을 증대하고 의료기관 경영난을 해소하고 무분별한 원격의료에 대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경기 시흥시의사회는 27일 오후 7시 30분 시흥비즈니스센터에서 ‘시흥시의사회와 함께 하는 시흥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 구축사업-호흡기 질환 전문 1차 의료기관 진료 환경 활성화 방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10여명 남짓한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의사들이 참석했으며 기자는 비공개라는 이유로 입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명회가 끝나고 시흥시의사회 최동락 회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과 박기호 수석부회장(내과 전문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설명회를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의사들은 왜 원격의료를 반대만 하고 있을까. 정부가 내세우는 산업 입장에서 원격의료가 아닌,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의사들이 진료 환경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시흥시의사회와 의료플랫폼 사업자(의연 앱), 시흥시 등이 함께 하는 지역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환자 진료에 도움되고 개원가 경영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 주도 아닌 의사 주도 원격의료 필요성
 
자료=시흥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 구축사업
시흥시의사회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원격의료의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 꼭 필요한 영역을 미리 찾아내고 의사들이 주도하는 것이다. 만약 원격의료가 추진된다고 했을 때 산업이 아닌 환자 진료 측면에서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기호 부회장은 “이번 설명회를 진행한 목적은 원격의료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이고 의사들은 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지에 있다. 다만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것을 떠나 의사 입장에서 어떤 원격의료가 필요한지 논의해보는데 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정부는 산업계 입장에서만 원격의료를 추진한다. 의사에게 필요한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하면 산업적으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원격의료가 안 된다. 정부는 필요한 사람들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발전을 위해 전부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열어두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들끼리는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원격의료가 의료에 방점이 찍혀있지 않고 산업에 있다보니 어떤 이야기도 하지 못해왔다”라며 “무분별하고 통제할 수 없는 원격의료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서 의사들은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원격의료를 단순히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는 어떤 원격의료가 필요한지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라며 “원격의료는 제2의 미래 먹거리가 아니다. 현 의료시스템은 저수가로 유지돼왔지만 원격의료를 계기로 양질의 의료시스템을 위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정부는 의사가 하는 진료패턴에는 관심이 없다.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원격의료를 하는게 아니라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원격의료를 하는 것이다”라며 “그러다 보면 의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환자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원격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까지 원격의료를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시흥시의사회-의료플랫폼 사업자-시흥시와 함께하는 비대면 의료전달체계
 
자료=시흥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 구축사업
이에 따라 시흥시의사회는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의사주도형으로 필요한 원격의료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작정 장비업체에 돈을 주는 흐름을 막고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나서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원격의료만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이 제안한 지역사회 비대면 의료전달체계 구축사업은 의사회와 약사회, 의료플랫폼 사업자, 시흥시 등이 함께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진료 상담, 건강검진 결과 상담, 합법적인 대리 처방, 육아 상담, 제증명서 발급 등 진료에서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열어두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상담’에는 별도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박 부회장이 개발한 ‘의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신청하고 환자는 필요할 때는 전자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환자는 약국에 전자처방전을 접수하고 시흥페이 ‘시루’로 결제가 가능하다.
 
박 부회장은 “원격의료는 자칫 일차의료기관이 배제되고 대형병원에 휘둘릴 수 있다. 지역사회 전달체계 모형을 만들어서 우리 나름대로 할수 있는 영역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고,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화 상담을 하다보면 일부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지역사회 의사 일차의료기관과 환자, 약국, 지역사회 통합된 새로운 모형의 전달체계를 생각해서 제안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지금처럼 환자가 병원 오기를 꺼릴 때 상담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를 하고 이를 통해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더라도 진료할 수 있는 영역을 창출해 내야 한다”라며 “일단 환자에게 검사결과를 설명해주는 것에 대한 수가 설정이 필요하다. 검사를 하고 병원에 다시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안전하게 전화로 상담을 하고 이를 수가화한다면 의사들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대리 처방을 허용된 범위가 있다. 이때 보호자가 올 것이 아니라 환자랑 통화한 다음 비대면 진료를 해도 똑같이 처방할 수 있다”라며 “소아과에서 육아 상담을 하고 싶지만 병원에 오지 못하거나, 각종 제증명서를 떼기 위해서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100% 비대면 진료를 해도 문제 없는 것을 먼저 하고 이 정도 범위까지만 비대면 진료를 열어둬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라며 “이렇게 일부 진료만 도입한다면 원격의료로 산업을 키울 수 없다. 다만 지역 내에서 이런 시도가 실제로 환자들에게 편의성을 줄지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동락 회장은 “안전성이 검증된 환자들이라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처방한다면 의료서비스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라며 “상담료가 책정되면 영유아 검진 등에서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전화로 설명해줄 수 있다. 만성질환 관리 등도 상담을 강화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현재 의사가 환자에게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이런 기회에 상담이 처방이나 검사보다 더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생활관리나 건강지침을 핵심적인 가치로 인정받고 별도 수가로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지역의사회 의사들이 함께 고민해 별도의 비대면 의료전달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라며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이후에 중단되겠지만, 필요한 비대면 진료가 있다면 미리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필요한 원격의료 미리 제안, 지역사회 시범사업 수가 제안 가능
이들은 지역의사회 중심으로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면 별도의 시범사업 수가 책정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약사회가 방문요양 사업을 했는데 별도 예산이 책정됐다.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수가가 책정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지역사회도 질병이 생기기 전에 이를 예방하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환자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각 진료과별로 안전하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 이런 논의를 해보고 원격의료가 잘못 가고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의사가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의협은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환자는 의사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이 환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사들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호 부회장. 사진=잡아바
특히 박 부회장은 미라벨소프트라는 회사를 창업해 ‘의연’ 전자처방전 애플리케이션 등 의료IT사업을 시작한지 3년이 됐다고 밝혔다. 6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이어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의사들에게 무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일차의료기관이 쓰고 있는 각종 IT프로그램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전자차트가 노후화되면서 삭감은 삭감대로 되고 행정적으로 처리할 것도 많고 전자차트는 제대로 안돌아 간다”라며 “의사들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무료로 쓰게 하자는 것이 IT기술 개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전자차트는 100억원 정도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IT전문가가 아닌 의사들이 3억~5억을 주고 만든다면 퀄리티가 좋을 수가 없다”라며 “전자차트가 개원가 시장에서 수백가지지만, 사용자가 50명이어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정말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이런 구조부터 없애고 편리한 전자차트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런 시도가 지역의사회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라며 “하지만 전화 진료가 무작정 원격의료로 가려고 하고 있다. 의사들은 어디까지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한다. 정부가 오히려 산업계 입장만 반영해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실제로 환자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 스스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원격의료로 무작정 갈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원격의료만 도입해야 한다”라며 “대한의사협회도 환자 진료에 필요한 원격의료만 도입하고 이를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환자들도 좋고 의사들도 반대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회 스스로 원격의료 동조 비판 여론에 “최선의 원격의료 의료계 의견 수렴”
 
한편, 이번 설명회가 지역의사회는 물론 외부에 알려지자 의사들의 비판 여론이 강하게 새어나왔다.
 
내과계 A개원의는 “정부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회가 먼저 정부에 선제적으로 제한적인 원격의료를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정부는 전부 허용하고 대형병원이 주도하는 원격의료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A개원의는 “이렇게 되면 의사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고 정부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 그동안 만성질환관리제 등도 보면 결국 의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원격의료도 이렇게 내줘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내과계 B봉직의는 “결국 의사회가 원격의료를 나서서 찬성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하려면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대면진료 원칙을 주장해야 한다. 전화 진료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B봉직의는 “특히 의사회 부회장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 회사를 키우기 위해 의사회라는 자리를 이용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라며 “의사회 차원에서 특정 회사와 얽힌 원격의료 논의를 적극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외과계 C개원의는 “의사회가 나서서 원격의료를 찬성하라고 한다면 결국 정부에 빌미를 줄 수 있다. 시범사업 예산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어차피 원격의료가 필요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면 의료계 내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는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흥시의사회 최동락 회장과 박기호 부회장은 “아직 의사들은 원격의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 적도 없고 경험해본 적이 없다. 지역의사회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라며 “여러 차례 설명회를 통해 많은 의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최선의 지역의사회 주도형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반대는 쉽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은 어렵다”라며 “우리 내부적으로 산업이 아닌 진료 측면에서 어떤 원격의료를 해볼 수 있을지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협 역시 원격의료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의료를 추진할 때 수용할 범위를 의료계에서 논의해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산업계의 논리가 아닌 양질의 의료시스템을 만들고 의사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